인내 (忍耐, Patience) 라는 묘약

조주연 - 퀸즈칼리지교장, 문학박사 (사회언어학)

옛날에 시골에 가면 대청마루이든 안방이든 벽에 인 () 혹은 인내 (忍耐) 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액자가 걸려있었다그 때는 참으로 진부한 것으로 느껴졌다어디에 가든 너무 흔하게 걸려있었기에 더욱 그랬다세월이 흘러서 어언 50대 중반이다 보니 이제서야 인내가 인생의 구석구석에 그리고 순간순간 마다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이 절실하여 그 옛날 시골에 걸려있던 아주 진부하게 보였던 인내 (忍耐, patience)에 대한 느낌이 신선한 충격 (nice surprise)으로 다가온다.

인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최대의 미덕 (virtue) 이다우리 인간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인내가 부족하다인내 (patience)와 힘 (energy)은 반 비례하는 것일까젊어서는 힘이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반면 인내가 절대로 부족하여 쉽게 감정적이기 일수이고, 또 인내의 부족으로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것이 힘들다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50대가 지나면 참을성, 소위 인내는 많아졌는데 도무지 힘이 받쳐주지를 못한다 하나님이 공평한 분이신지 불공평하신 분이신지 혼동스럽기까지 하다인간을 완전하게 만들면 겸손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아셨기 때문에 인간을 창조하실 때 분명 계획된 작업으로 그렇게 만들어내신 듯 하다젊은이가 힘과 인내를 동시에 갖고, 늙어서도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렇지만 이렇다면 젊고 늙고의 차이가 없고, 도무지 인생의 낭만도, 경륜도, 슬픔도, 외로움도, 영광과 고통과 긴장과 두려움과 용기가 성공과 실패와 얽혀져서 짜여지는, 아름다운 인생도 없을 것이다아마도 인생을 무미건조하지 않게 하려는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있으셨던 게 틀림이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식이 되어보고, 학생도 되어보고, 선생님도 해보고, 교수도 해보고, 부모도 되어보고, 교장을 해봐도, 어김없이 내려지는 결론은 인내가 모든 성패의 열쇠 (key)라는 사실이다인내는 무조건 받아들이면 바보에 다름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올바르지만 아주 어려운 문제에 적용될 단어이다 여기에는 철저한 자기억제 (self-control)가 요구되는 것이다쉬운 일에 대하여는 인내가 필요하지 않다올바른 길이지만 정말로 어려운 과정이 있기에, 유혹 (temptation)이 인내를 방해하고, 자기 감정 (emotion)을 이성 (ration)으로 잘 억제할 수 있는 끊임없는 자기통제 (self-control)이라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소위 감정보다 이성이 지배하는 (ration over emotion) 사고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영어는 캐나다에서 아주 중요한 교육의 매개체 (media)이다영어는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 셔야 살아가 듯 말해야 행세하는, 이 사회에서 성공에 필수불가결한 도구 (indispensable instrument)인 것이다그런데 이 영어를 배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내 (忍耐, patience)라는 묘약이다공부하기가 하기 싫을 때, 단어를 찾기가 귀찮을 때, 재미가 없을 때, 남 앞에서 말하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 때도, 역시 인내라는 것이 해결하여 준다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두뇌 (brain)의 차이가 아니라 오래 참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엉덩이 힘, 즉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인내의 차이라는 것이 정설이다두뇌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공부가 너무 쉽고 남들이 자기의 두뇌회전 속도에 미치지 못할 때, 인내를 못하고 답답하여 학교공부에서 성공 못하는 경우가 알고 보면 아주 흔한 일중의 하나이다

인내는 학생들의 공부에만 적용되는 그렇게 단순한 정신적 미덕이 아니다쓴 소리 (bitter advice)도 들을 수 있는 인내를 통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엉덩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내를 통해서 책을 많이 읽게 되고, 끝까지 경쟁에서 이겨내는 인내가 있어서 일류대학 (first tier university)을 나올 수가 있고, 모욕과 겸손의 쓴 잔을 찌꺼기 (lees and dregs) 까지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종국에 가서는 성공하는 예가 많으며, 역경 (adversity)이라는 과정을 인내로 돌파할 때 세계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하나님께서는 인내를 잘 견디는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신다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돕는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라는 옛말이 전해지는 것이다여기서 스스로 돕는 자들이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노력하는 자들을 말하는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인류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탐험가들 (explorers)을 보라얼마나 험난한 순간순간들을 극단적 인내로 마침내 지구상의 신 대륙을 발견해 나갔겠는가올림픽을 비롯한 모든 운동경기에서 영광의 월계관을 쓰거나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그 험난한 연습과정을 오직 인내로서 돌파해 냈으리라그래서 그런지 돌파라는 내용의 합성어가 탁월함 혹은 비약적 전진 (breakthrough)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교육자로서 성공을 하려 해도 한없는 인내가 필요하다그래서 예부터 '선생님의 x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부모로서 성공을 하려 해도 힘든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을 힘들게 한다그래서 '남의 자식 얘기 함부로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남편과 아내가 한 평생 해로하며 살려면 한없는 이해와 그리고 믿음이 필요하다그런데 이와 같은 이해와 믿음은 인내라는 묘약과 철저히 직결되어 있다인내는 이렇듯 우리네 인생의 구석구석에 한없는 영향을 끼치는 참으로 중요한 미덕이며 특히 학생들에게는 공부라는 힘든 과정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묘약 (magic medicine)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네 인간은 기본적으로 싸워서 살고, 벌어야 살고, 누군가를 사랑해야 살 수 있다그래서 Tennessee Williams도 그의 소설 유리동물원 (Glass Menageries)에서 'We human beings are basically hunters, fighters, and lovers.’ 라고 설파한 바 있다현실에 발을 딛고 투쟁하여 나가는 자들이 우리 인간들이며, 생업을 가지고 열심히 벌어야 가정을 책임지고, 이를 위해서 공부를 투쟁적으로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이를 위해 필요한 최대의 미덕은 역시 인내라는 묘약이다

요즘 우리 학생들, 우리의 젊은 이들을 볼 때 훌륭한 점도 많지만 인내라는 미덕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부모의 말씀을 끝까지 듣는 것도 인내가 필요하며, 선생님의 수업을 끝까지 듣고 숙제를 최선을 다하여 끝내는 것 또한 인내가 필요하다어려운 과목이라도 해야 되면 끝까지 해내는 것도 인내의 소산이며, 아무리 유혹이 되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하는 것도 인내의 결과이다듣기 싫다고 안 듣고, 먹기 싫다고 안 먹고, 하기 힘들다고 따르지 않고, 숙제가 싫어서 특정과목을 포기하고, 발음이 안 좋다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기분 나쁜 한 마디에 감정이 상하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젊은 이들은 없는지 곰곰이 자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말이 새삼 생각이 난다이는 간단한 듯 하지만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인내로 힘든 것을 이겨내어 마침내 승리하는 우리의 젊은 이들, 의지의 우리 한국인 꿈나무들이 많이 나오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