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Humanity Education)

조주연 퀸즈칼리지 교장, 문학박사 (사회언어학)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였던 루소 (Jean Jacques Rousseau) 는 아동교육의 발달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서 초등학교시절에는 신체적 발달 (physical development), 중학교시절은 감성적 발달 (emotional development), 고등학교시절은 지적 발달 (intellectual development), 대학교시절은 사회적 발달 (social development) 이 각각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유신독재정권이 시작되기 이전 1970년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을 필요로 하는 교육체제를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유신정권 시절 소위 학교평준화 내지는 교육평준화라는 기치를 걸고 평준화 교육을 실시한다체력장제도가 실시되었고 대학교에서는 지도교수제도가 있어 학생들을 상담한 일지를 써야 되었었다다분히 학생들을 정치적 관심에서 분리시켜서 독재정치를 마음 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함과 함께 빈부의 격차도 심해지면서 교육평준화는 과외비용이 없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다행스런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각 대학은 입시정책을 자율적으로 못한 채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교육평준화를 해치는 각 대학의 입시정책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게 되었다그런데도 과학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등, 소위 특수목적고등학교들이 속속 인가되면서 일류대학진학을 위한 학교에 갈증 나던 부유층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면서 각 시도마다 이들 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만만하지 않았다.

자식교육이라면 모든 것을 던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또 다시 입시경쟁이 시작되었다해외언어연수로 시작된 영어교육이 이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의 중고등학교 교육부터 시작하여 세계적인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과감한 교육투자로 이어졌다국내에서는 학원교육이 치열해지고 공교육은 지극히 약화되는 기형적 현상을 가져왔다이름뿐인 교육평준화가 되면서 학원교육과 해외유학이 힘을 싣게 되고 그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게 되었다실용정부라고 일컫는 새 정부는 아주 현실적이라 그럴까한국에서의 교육자율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평준화 교육을 외친 가운데서도 학부모님들의 교육투자가 극에 달하여 있는데, 과연 교육자율화라는 개방체제에서 어떻게 한국교육이 전개될지는 그 양상을 예단하기가 싶지 않은 것 같다

필자의 걱정은 우선 한국교육의 장래를 얘기하기 보다는 현재의 한국교육의 문제에 있다한국교육의 특징은 소위 영시교육에서부터 방과후수업 그리고 주말수업과 학원수업으로 이어지는 새벽부터 밤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 토요일, 심지어는 일요일 학원 수업까지, 자녀들의 목을 조여 숨막히게 하는 현실에 있다 좋지 않은 줄을 알면서도 남들이 하니까 나만 안 할 수도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모처럼 한국에 나가보면 정말로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의 공부를 아이들이 어떻게 소화하는지 모를 일이다숨막히는 공부와 경쟁의 연속이 자녀들의 정서에 어떨지 걱정되는 바가 크다더구나 젊은 시절에는 참을성을 그렇게 기대하기가 정말 힘들다생체적으로 태워야 할 신체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벽이라도 쳐야 하는 때에, 온종일 붙잡아 놓고 교육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지, 과연 정상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신체적, 정서적 발달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궁금하기 까지 하다.

예부터 사람들은 교육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 라고 말하여왔다숨막히게 아이들을 몰아세우라는 뜻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하라는 얘기라고 이해할 대목이다물론 원래의 뜻은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미리미리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말이다또 우리는 교육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온 힘을 다 모아 소모해야 하는 백미터달리기가 아니라는 이야기 이다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마라톤을 마치 백미터달리기 하듯이 하는 게 아닌가 한다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 석. 박사학위까지 이어지는 마라톤이며, 사실은 직장 후에도 계속하여 연구하고 학습하는 평생교육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마라톤에서 완주를 하려면 힘의 안배가 필요하다 대기만성 (大器晩成) 이라는 옛말이 한국에도 있지만 서양에도 늦게 피는 꽃 (late bloomer) 라는 같은 뜻이 있다 끝까지 인내를 갖고 완주하려면 자녀들에게 숨막히는 주입식교육을 하는 것은 약 (medicine) 이 아니라 독 (poison) 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쳤으면 한다.

인성교육은 루소의 교육발달단계와 직결되는 문제로 서두에 언급하였지만, 방과 후 수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 교시 수업 (학교에 일찍 가서 미리 예습하는 것을 뜻하는 말) 에서부터 늦은 밤 (보통 11시에 끝난다고 함) 까지 몰아세우는 한국의 수업행태는 인성교육과는 정말로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한국에 모처럼 가면 각 대학에서 혹은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특강 (special lecture) 을 할 기회가 있다 학생들을 일깨워주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 교육의 경쟁력에 대하여 말해줘야 하는 귀중한 시간에 대학생들은 질문이 없고, 고등학생들은 엎드려 자고, 중학생들은 떠들기 일 수였다그런데 이점에 대하여 질문을 하니 그것이 한국학생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시험공부와 학원공부, 컴퓨터게임 등 학생들은 잠잘 시간을 모두 빼앗기는 모양이다정말 중요한 학교수업시간에서는 졸음과 싸우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소위 뺑뺑이 도는 모습은 불쌍하기 까지 한 실정이다.

게다가 한 자녀 가정이 많아서인지 자녀를 금이냐 옥이냐 키우다 보니 버릇까지 없고 자기만을 아는 이기적인 모습이 많다당연히 우리 자녀들은 충고를 싫어하고, 인내는 기대도 못하고, 선생님에게도 따지려 들고, 마음대로 자기중심으로 오해하고, 편한 길만 가려고 한다인성교육 (humanity education) 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라는 서양격언을 이제야 이해할 만 하다신체적 발달은 운동과 음식과 일과 연관되며, 정서적 발달은 자연과 책과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는 것과 관련이 있겠다이런 바탕 위에서 지적 발달이 촉진되고, 공부가 소화되고, 학문의 이치가 뇌리에 깊이 박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남을 이해하고, 어른이나 약한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따뜻한 마음과 건강한 정신이 함께 있으면서 지적 예리함을 겸비한 우리 젊은 학생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선 제일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른 채, 철없이 행동하는 나약한 자신들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반성하여 올바른 길 (right track) 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지성과 함께 인성이 겸비되어야 한다지성과 인성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을 택하라면 당연히 인성이라고 해야 한다지금까지 세계를 바꿔온 사상가들은 모두 위대한 인성주의자들 (great humanists) 이었다는 사실은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웅변으로 말해준다예수도, 석가도, 공자도, 슈바이처박사도, 테레사수녀도, 톨스토이도, 헬렌켈라도, 역사에 길이 남는 휴머니스트들이었다우리는 지식을 인류에게 돌려주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인성교육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이것이 부모나 교사나 학교나 정부가 가야 할 정도 (right track)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