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성숙 (Growth and Maturity)

조주연 - 퀸즈칼리지 교장, 문학박사 (사회언어학)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적 성장 (physical growth)을 시작한다머리에서부터 발까지 새롭게 세상에 맞게 성장과정을 거친다엄마의 탯줄에 있을 때는 상체 (upper body)로 갈수록 컸지만 세상에 던져지면서 그 성장과 발달이 하체 (lower body)로 옮겨지면서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잡혀지게 된다이렇게 시작되는 인간의 성장은 일반적으로 키가 자라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한 여름 날 오이 (cucumber) 가 자라듯이 매일 매일 몰라보게 성장하게 된다요즘에는 인종과 남녀를 막론하고 음식물의 풍요함 때문인지 옛날 어른들과는 정말로 다르게 신체가 건장하게 자라난다.

신체적인 성장처럼 정신적인 성장 (spiritual growth)도 정비례하면 얼마나 좋을까정신적인 성장을 성숙 (maturity) 이라고 정의한다면 오늘 날 젊은 이들의 성숙에 대하여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흔히들 물질문명의 풍요함이 정신문명의 황폐함을 가져왔다고도 하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도 하는데 이들 문장들의 속에는 뭔가 오늘 말하고 싶은 공통점이 내제되어 있다.

요즘 젊은 이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일까부모님들의 고생에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아는 바도 없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마치 누가 고생하라고 했느냐고 하는 듯하다부모님이 고생하여 자기들을 먹여 살리고 학교 보내고 하는 것은 안중에 없다아주 당연하기에 그렇다요즘 젊은 이들의 돈의 가치에 대한 의식 또한 우려할 만 하다마치 대기업 사장님 댁 자제분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돈을 못 벌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담배도 피우고 항상 커피는 들고 다니고 심지어는 직장을 알아보려고도 하지를 안 한다심할 경우 대학에 진학을 안 하려고도 한다모든 게 귀찮아서 일까게으르면 공부만큼 귀찮은 것도 없는 법이다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자기를 다 케어하여주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엄마한테 돈만 달라면 주고, 안 주려고 하면 떼를 쓰고, 고등학교가 되어도 심할 경우 대학교를 나와도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기 일 수 이다.

한국에는 한 때 3D (3 kinds of difficult jobs) 현상이 있어서 대학교를 졸업하여도 어려운 일은 피하여 취직을 하지 않는다부모님이 벌어서 유지하는 가정에 살면서 대학을 맞추고 나서 까지 의지하고 안주하려고 하는 지극히 도덕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이 있었다그리고 지금도 있는 것 같다그런데 캐나다에 와서도 캐나디언들의 의식구조를 닮아가지 않고 편의에 따라서 한국의 것을 내세우는 것 같다자기가 유리하게 어떤 경우는 한국의 문화를 또 어떤 경우에는 캐나다의 문화를 고집하면서 자기를 합리화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누구를 위한 삶이며 누구를 위한 직장이고 과연 누구를 위한 공부이고 또 누구를 위한 삶에 대한 철학인지 혼동되기에 충분하다.

교육이라면 그리고 특히 자식교육이라면 세상에서 둘째 갈 수 없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국민족 (Korean people) 이다그러기에 해외에 유학생도 많고 이민도 많고 기러기 엄마들도 많고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는 어김없이 한국인 학생들이 많다그런데 한국이 풍요로워지면서 그리고 자식들을 하나만 나면서 그리고 물질만능의 세상에 살면서 정신적 가치는 무너져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사라져가는 (dying out) 수준인 것 같아 걱정된다요즘에 부모라는 존재가 없어져 가고, 어른이라는 존재가 없어져가며, 예의라는 단어가 무색 (meaningless) 해져 가는 것을 절감한다이 자리에 자기들의 소중함만 주장하는 현상으로 메워져간다자기가 잘하면 자기가 대단하고 자기가 잘못하면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주 흔한 현상이 되어 버렸다자식이 원하면 무조건 들어주는 보모님들이 만들어낸 비정상적 젊은이들의 초상화 (portrait) 에 다름 아니다.

우리 자녀들이 신체적으로 괄목할만하게 정말로 어느 인종과 비교해도 처지지 않게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그러나 신체적 성장만 있지 정신적인 성숙함 (maturity)이 여기에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아주 기형적인 인간으로 남아 남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아름다운 삶은 커녕 언제까지나 어린아이 (baby)로 남아 부모에게 의지하고 원하는 것을 안 해주면 떼만 쓰며 자기 길은 가지 않고 목표도 꿈도 없이 인생을 소일하는 문제아 (problem child)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직장도 없이 고급 차를 운전하고 보험도 없이 차로 도로를 질주하고 음료수와 커피와 담배와 이성의 친구와 어울리는 아이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30년 전 뉴욕의 한인 식당 주차장에서 보았던 눈에 아주 거슬렸던 젊은 이들의 모습은 그 당시로서는 어느 백만장자의 자녀로서 그럴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모두가 백만장자가 되어서일까이곳 토론토에서도 미국의 뉴욕에서도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너무나 흔히 보는 안타까운 모습들이다.

성숙이란 자기 중심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의 변화로 정의하여도 무리는 아니다그래서 인간의 사회화 (socialization)를 집단적 양심(collective morality) 을 알게 되는 것, 혹은 일반화된 타인(generalized others) 라고 정의하는 것이다경우가 바르다는 말 자체가 바로 정신적인 성숙이요 사회인으로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태도요 행동양식인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자녀들이 성숙한 인간, 경우 바른 인간, 사회성이 좋은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필자의 소견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몇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다자식문제에 대하여는 언제 어떻게 우리 자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변화될지 장담할 수 없기에 그렇다.

첫째,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도 못산다고 한 옛말을 새겨들어야 한다자녀들이 고생을 알도록 하고 자기 일은 책임지고 하도록 훈련시킬 일이다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숙제를 하는 일, 문제를 해결하는 일, 청소를 하는 일, 집안 일을 도와주는 일 등을 통하여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습관을 길러주셔야 한다.

둘째로,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능력으로가 아니면 함부로 도와주실 일이 없다차를 사는 것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외식을 하는 것도, 대학교 등록금의 일부라도, 한국에 가는 비행기 표도, 자기의 힘으로가 아니면 어느 한 쪽의 부모가 자식 말만 듣고 들어주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관광지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도와주는 것 같지만 비둘기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그래서 비둘기들이 게을러지고 비만해지고 그래서 바로 비둘기를 죽이는 일들을 우리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셋째로, 도리와 예의를 알게 해야 한다부모를 알게 하고, 형제간에도 위 아래를 알게 하며, 가족을 알게 하고, 사회를 알게 해야 한다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건 부모의 입장이나 가족의 입장, 사회적 문제나 주변의 시각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일차원적이고 동물적인 충동적인 아이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런 경우 옛 어른들은 호리자식 (호랑이나 이리의 새끼) 이라고 나무랐던 것이다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르면 자기도 모르게 되며, 주변이나 사회를 무시하면 독불장군 같이 자기만 생각하여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자녀들이 부모님들에게 따지려 들기 보다 우선 부모님들의 말씀을 들을 줄 알고, 충고를 받을 때 참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하며, 생각을 행동으로 최대한 옮기는 실천적 자녀들이 되어야 한다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남을 대접하며, 남의 처지를 내 처지로 알아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줄도 알아야 한다자기만을 중요시하여 남을 염두에 두지 않을 때 신체적 성장만 있지 정신적 성숙이 없는 미숙아로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자녀교육의 문제는 평생 살아가는 동안 100%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의 생태적 굴레 (innate human bondage) 인 것이다.